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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커피는 없다: 강릉 최악의 가뭄이 던진 커피지속가능성 경고와 미래 준비

by perfectcoffeenews 2025. 9. 12.

물 없는 커피는 없다

 

강원도 강릉시가 지금, '108년 만의 최악 가뭄'이라는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 도시의 상수원이 고갈 위기에 처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지역 산업이 위협받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가뭄은 단순히 물 부족을 넘어, 기후 변화가 우리 삶과 비즈니스에 미치는 근본적인 영향, 특히 커피라는 일상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강릉의 현 상황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08년 만의 재앙: 강릉, '제한급수'라는 초유의 사태에 돌입하다

2025년 9월 6일 금요일 오전 9시, 강릉시는 물 사용량이 많은 시설을 대상으로 비상식적인 제한급수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100톤 이상의 저수조를 보유한 대수용가 123곳이 1차 대상입니다. 이 중에는 113곳의 공동주택(4만 5천여 세대)과 10곳의 대형 숙박시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상수 공급 밸브를 잠그고, 비상 체제를 가동하여 소방당국과 연계한 운반급수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상황이 악화되어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경우입니다. 오봉저수지는 강릉 지역 생활용수의 약 87%를 책임지는 핵심 수원지인데, 9월 5일 오전 기준 저수율이 13% 안팎으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면, 홍제정수장 급수 전 지역(약 5만 3천여 개의 계량기)으로 제한급수가 확대됩니다. 1단계는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의 시간제 제한, 그리고 2단계는 이틀에 한 번씩 물을 공급하는 격일제 제한이라는 극한의 조치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강릉의 위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에는 강릉 지역에 자연재해로는 사상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즉시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동하여 하루 2,500톤 규모의 급수 지원에 나섰습니다. 군부대와 유관기관들도 물탱크 차량을 동원하여 비상 급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지속적인 저수율 하락세 앞에서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에 민간과 관공서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절수 동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중화장실과 수영장 운영이 전면 중단되었고, 대형 숙박시설에서는 사우나와 수영장 운영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자발적인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조치는 물이라는 필수 자원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뭄의 원인: 기상학적, 지형적, 그리고 예측 불가능성의 복합체

이번 강릉 가뭄은 단순히 비가 오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강수량 부족을 기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여기에 여러 기상학적 및 지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합니다. 첫째, 올여름 내내 한반도에 강하게 영향을 미쳤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은 비구름 형성을 억제하고 고온 건조한 날씨를 지속시켰습니다. 둘째, 영동 지역 특유의 산맥 지형에 따른 푄 현상(건조한 공기 하강)은 안 그래도 부족한 수분을 더욱 증발시키고 대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강수 확률을 낮추는 악순환을 유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뭄 해갈에 대한 기대는 기후 현상에 더욱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월부터 11월 사이 '라니냐'가 발생할 확률을 55%로 제시했습니다. 라니냐는 통상 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전 지구적인 기후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한국에는 겨울철 한파와 함께 서해안에 폭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중립' 상태에 머물러 있어, 단기적으로 강릉 지역의 댐을 채울 만큼의 충분한 강우를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는 강릉 가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기후 변화가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소비지의 경고: "물 없이는 영업도 불가능하다"

강릉의 현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집니다. 바로 ‘소비지의 물’도 한계가 있다는 냉엄한 진실입니다. 이전에는 저수지나 댐이 멀리 떨어져 있고, 상수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소비지에서는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강릉 가뭄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물 사용량이 많은 카페와 외식업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정수기 운영을 중단하고, 커피 추출 및 설거지에 생수나 운반 급수에 의존하는가 하면, 설거지 횟수를 최소화하고 아예 일회용 잔을 제공하는 등 비상 운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물 절약이 단순히 ‘도덕적 권고’ 수준을 넘어섰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물 절약은 영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경영 요소'가 되었습니다. 물이 없으면 커피 머신을 돌릴 수 없고, 주방 위생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이는 곧 영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뭄은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솔루션: ‘작은 저수지’의 지혜와 지속가능한 커피 생태계

이번 강릉 사태는 우리가 미래의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건물과 상권이 스스로 ‘작은 저수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공동주택 단지, 상가 건물, 호텔 등 대형 시설은 옥상이나 지하에 저수조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평상시에는 상수도로 물을 채워 사용하고, 비상시에는 운반급수 차량을 통해 곧바로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도록 인입구와 밸브 체계를 표준화해야 합니다. 이는 운반급수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물 공급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둘째, 카페나 로스터리와 같은 점포 단위에서도 소형 물탱크를 갖추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500리터에서 2,000리터급의 소형 물탱크만 확보해도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기본적인 위생 공정(손 씻기, 간단한 설거지 등)을 중단 없이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영업 차질을 막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고, 물 걱정 없는 쾌적한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이는 지역 내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 중심의 지속가능성: 커피 산업의 새로운 도전 과제

강릉의 제한급수는 우리에게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심각한 경고를 던집니다. 즉, 물이 부족하면 커피도, 그리고 커피 산업 자체도 지속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과거 커피 산업의 경쟁력은 주로 원두의 품질, 로스팅 기술, 가격 경쟁력 등에 국한되어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 ‘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사용’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필수적으로 추가되어야 합니다. 소비지에서조차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시대에, 지속가능한 커피 생태계는 물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릉의 위기는 지역사회 전체가 물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민과 관이 협력하여 물 절약을 넘어선 ‘물 중심의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비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각 가정이, 그리고 각 비즈니스가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물 사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새로운 물 관리 인프라를 구축하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릉의 사례는 우리에게 기후 변화의 영향을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 문 앞에 닥친 현실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커피 한 잔을 넘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보다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