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와 내부 구조적 문제라는 두 가지 큰 파고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중국발 외식 및 음료 프랜차이즈의 활발한 진출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고질적인 '차액가맹금' 논란은 시장의 경쟁 구도와 미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앞으로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중국 브랜드의 전략적 한국 시장 진출: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교두보 확보
최근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중국 외식 및 음료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확장세입니다. 지난 2024년 5월, 중국의 대표 밀크티 브랜드 빠왕차지(霸王茶姬)가 한국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올 상반기 내 매장 오픈을 공식화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단순한 개별 사례를 넘어, 체계적인 시장 공략의 일환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이미 서울의 주요 상권인 강남, 홍대, 압구정, 명동 등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미쉐빙청, 시차(헤이티), 차바이다오(차백도)와 같은 중국의 인기 밀크티 브랜드들이 다수 입점해 성업 중입니다. 이들은 기존 국내 밀크티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빠르게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음료 프랜차이즈 외에도 중국의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나 마라탕 전문점 탕화쿵푸와 같은 외식 브랜드들 또한 매장 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 둔화 및 극심한 경쟁 과열입니다. 지난 수년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경험했던 중국 시장은 최근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포화 상태에 이른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브랜드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외부에서 찾을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둘째,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입니다. 한국은 인구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수용하며,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까다로운'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나아가 다른 아시아 국가 및 서구 시장으로의 확장을 위한 중요한 '테스트 베드'이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철저한 현지화 및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찻잎을 직접 우려내 신선한 과일, 치즈 폼, 사고 펄 등을 첨가하는 ‘신차음(新茶飮)’ 콘셉트는 기존의 획일적인 파우더 기반 밀크티와는 확연히 다른 고급스러운 맛과 시각적 매력을 선사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맛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SNS 확산에 최적화된 시각적 요소(Instagrammable)를 강조하고,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 확장하는 ‘체험형 소비’를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랜드마크형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프리미엄 패키지를 통해 선물용 구매를 유도하는 등 다각적인 마케팅 전략을 병행하며 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숙제: '차액가맹금' 논란의 심화와 그 파장
이처럼 중국발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와중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내부에서는 오래된 관행이었던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심각한 법적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식자재 및 기타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 마진을 의미합니다. 이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해온 핵심적인 수익 구조였으나, 현재는 불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교촌치킨, 맘스터치, 굽네치킨, 푸라닭치킨 등으로부터 약 2천 명에 달하는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본사가 공급하는 원·부자재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가맹점주의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으로 외식업 가맹점 한 곳이 본사에 지급한 차액가맹금은 평균 2,300만 원으로 매출의 약 4%에 해당하며, 특히 치킨 업종은 점포당 3,500만 원에 달해 가맹점주들에게 상당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본사 측은 브랜드의 일관된 품질 유지, 전국 단위의 마케팅 및 광고 집행, 가맹점 운영 교육 및 시스템 지원 등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유지하고 상승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비용 충당을 위해 차액가맹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또한 가맹사업의 특성상 본사가 리스크를 안고 연구개발 및 신메뉴 출시 등을 담당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하급심 법원에서 대규모 차액가맹금 반환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해당 판결은 본사가 가맹점 공급 물품과 제3자로부터 공급받는 물품 가격의 차이가 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해당 차액이 부당이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유사 소송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며, 향후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에 따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전체에 막대한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본사의 재정적 부담을 넘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수익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편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미래와 과제
중국 브랜드의 적극적인 진출과 국내 차액가맹금 논란이라는 이중고는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위기이자 동시에 혁신의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선,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며, 기존 시장 내에서 건강한 가격 경쟁과 마케팅 경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 브랜드들은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순히 익숙한 맛을 넘어, 품질 향상, 메뉴 다양화, 서비스 혁신 등 차별화된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차액가맹금 논란은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들에게 수익 구조의 투명성 확보와 가맹점주와의 상생 관계 재정립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관행에만 의존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사는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보장하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가맹점주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상생 모델을 통해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브랜드 진출을 단순히 '위협 요인'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서비스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브랜드들도 R&D 투자를 확대하여 ‘신차음’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나서거나, K-푸드의 강점을 살린 글로벌 진출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쟁 구도는 누가 더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가맹점과의 견고한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입니다. 국내외 프랜차이즈 모두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만이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을 가능케 할 것입니다.
'경제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영업 75% 월소득 100만 원 미만…빈곤화되는 한국의 자영업 구조 (0) | 2025.09.25 |
---|---|
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시사 (0) | 2025.09.18 |
외식 물가 오르고 채용 축소 이어져 (0) | 2025.09.16 |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확대 적용: 카페 사장님들이 마주할 거대한 변화 (0) | 2025.09.12 |
한국 경제에 드리운 두 가지 그림자: 치솟는 먹거리 물가와 국가 재정 위기 (0) | 202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