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식 물가의 지속적 상승, 대기업 채용시장 위축,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반등, 그리고 이상기후로 인한 신선식품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가계와 기업, 정부 정책 모두가 복합적 도전에 직면했다.
외식 물가, 3년 새 2500원 상승…삼계탕 1만8000원 시대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8000원으로, 전달보다 77원, 3년 전보다 2500원 올랐다. 2022년 8월 1만5462원에서 2023년 7월 1만7000원을 넘어선 뒤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삼계탕 가격이 가장 높았으며, 전북(1만7400원), 광주(1만7200원), 경기(1만7138원)가 뒤를 이었다. 충북은 1만5143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자장면 가격도 지난달 평균 7577원으로 전달 대비 77원 올랐다. 2022년 6000원대에서 2023년 7000원대로 진입한 뒤 꾸준히 상승 중이다. 반면 삼겹살(200g) 가격은 전달 2만639원에서 2만571원으로 68원 하락했다. 김밥, 칼국수, 냉면 등 다른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외식 물가 상승세는 명절·휴가철 수요와 원재료비, 인건비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채용시장 위축…“없음·미정” 62.8%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기업 가운데 121곳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는 응답이 62.8%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7.5%)보다 5.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채용 없음" 응답이 24.8%로, 지난해보다 7.3%포인트 증가했다. "채용 미정"은 38.0%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도 축소 응답(37.8%)이 확대(24.4%)보다 많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축소 응답 비율이 20.2%포인트 급증해 채용 의지가 전반적으로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68.7%)에서 ‘없음·미정’ 응답이 높았다. 기업들은 채용 축소 이유로 대내외 불확실성(56.2%), 원자재·인건비 상승(12.5%),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환율(9.4%)을 꼽았다. 반면 채용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은 미래 인재 확보(45.4%)와 신산업 수요 증가(36.4%)를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환율 상승, 수입물가 반등 압력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8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0.3% 올랐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9.39달러로 2.1% 하락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평균 1389.66원으로 1.1% 상승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품목별로는 원유 중심의 원재료가 0.4% 하락했지만, 중간재는 0.5%,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0.7% 올랐다. 수출물가지수도 전달 대비 0.7%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기업의 생산비와 수익성에 직격탄을 주고, 고용과 투자 여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선식품, 이상기후에 ‘나 홀로 급등’
소비자물가가 2% 안팎에서 안정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신선식품 물가는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95년 이후 30년간 소비자물가가 2.2배 오를 동안 신선식품지수는 3.5배 상승했다. 특히 미나리는 30년 전보다 6.5배, 오징어는 5.6배, 오이·사과는 5.3배, 풋고추는 5.0배 급등했다. 2010년 이후 폭염·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소비자물가와 신선식품지수 간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2010년 소비자물가가 2.9% 오를 때 신선식품은 21.3% 폭등했다. 현장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급감이 체감되고 있다. 강원 철원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가는 “폭염으로 후반 수확이 전무했다”고 토로했다. 경북 오징어 어획량도 수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은 “기온이 1℃ 오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0.7%, 농산물 가격은 2%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는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 구조 변화라는 점에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책 과제: 규제 완화와 기후 대응 병행
외식 물가와 신선식품 급등은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높이고, 기업의 채용 위축은 고용시장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환율과 수입물가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전방위적 압박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 기업 고용 여력 확충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한 농산물 생산 기반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물가 관리가 단순한 지표 관리에서 벗어나 가계·기업의 체감 안정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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