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인공지능(AI)을 매장 운영 전반에 도입하며 글로벌 커피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로서 오프라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스타벅스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닌,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로 바라보고 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 콘퍼런스 ‘드림포스(Dreamforce)’에서 “AI를 통해 스타벅스를 다시 ‘세계 최고의 고객 서비스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스타벅스 내부에서 개발 중인 AI 시스템이 바리스타들이 실시간으로 음료를 준비하도록 돕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고객이 주문을 하기 전에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콜 CEO는 “AI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고객과의 교감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타벅스가 매장 운영에 가장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AI 기술은 ‘그린닷 어시스트(Green Dot Assist)’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내부 챗봇으로, 매장 관리자와 직원들이 장비 고장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 음료의 제조 절차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그린닷 어시스트는 2025년 6월부터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미국 전역의 매장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그린닷 어시스트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도구이며,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라며 “AI는 바리스타들이 더 창의적이고 정성 어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매장 내 장비 문제를 자동 진단하거나, 고객이 자주 찾는 메뉴의 제조 절차를 자동으로 제시해 주는 등 현장 운영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니콜 CEO는 또 스타벅스 모바일 앱이 향후 AI 혁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머지않아 고객이 굳이 앱을 열지 않아도 음성으로 ‘10분 뒤에 내 스타벅스 주문 부탁해’라고 말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주문을 접수하고 매장에서 음료가 완성돼 있을 것”이라며 “AI가 고객의 주문 패턴을 학습해, 날씨나 시간대, 과거 구매 이력에 따라 추천 메뉴를 제시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스타벅스는 완전한 로봇 매장을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커피는 인간의 감성과 손맛이 깃든 경험”이라며 “우리는 고객에게 ‘기계적 효율성’이 아닌 ‘따뜻한 환대’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AI의 목표는 매장에 더 많은 파트너(직원)를 복귀시켜, 이들이 고객과의 대화를 늘리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커피 제조 과정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리테일 산업 전체의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AI가 음료 제조뿐 아니라 재고 관리, 인력 배치, 고객 피드백 분석 등 매장 경영 전반에 걸쳐 역할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매장 내 AI 데이터를 본사와 실시간으로 연동해, 특정 지역의 판매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제품 출시 시점을 조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AI가 커피 산업에 미치는 변화는 스타벅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 허드슨야드에서는 ‘자비스(Jarvis)’라는 이름의 AI 로봇 바리스타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로봇은 한쪽 팔로 커피를 제조하고, 고객이 아이패드로 주문하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짓는다. 주문이 완료되면 춤을 추며 음료를 건네고, 결제 후에는 팁을 요청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자비스는 단순한 자동화 기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행동과 감정 표현을 모방해 ‘대화형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로봇이다.
전문가들은 커피 산업이 AI 기술을 통해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스타벅스처럼 인간 중심의 ‘보조형 AI’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자비스처럼 완전 자동화된 ‘무인형 AI’ 모델이다. 전자는 인간의 감성과 기술의 효율성을 결합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이며, 후자는 인건비 절감과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의 선택은 명확하다. “우리는 커피를 기술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완성하는 예술로 본다”는 니콜 CEO의 발언처럼, 스타벅스는 AI를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자(assistant)’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음료 품질 유지, 직원 만족도 향상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AI 기술이 커피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향후에는 ‘하이브리드 커피 서비스’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은 여전히 사람의 손맛이 담긴 커피를 즐기되, 주문과 결제, 추천 과정은 인공지능이 지원하는 형태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더 깊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실험은 커피 한 잔의 향기를 넘어, 디지털 시대 서비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더 인간적인 커피 경험’, 그 한 모금이 앞으로의 리테일 산업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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