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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트랜드

‘관세·기후·사치’가 만든 역대 최고가 커피, 두바이서 등장

by perfectcoffeenews 2025. 11. 3.

두바이에서 한 잔에 130만 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가 커피가 등장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나마산 게이샤 품종 원두로 추출된 이 커피는 두바이의 줄리스(Julith) 카페에서 판매되며, 한 잔 가격이 3,600디르함(약 130만 원, 980달러)에 이른다.

 

줄리스 카페의 공동창업자 세르칸 삭소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커피가 드디어 도착했다”며 “두바이는 우리의 투자에 완벽한 도시였다”고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기다림은 끝났다. 세계에서 가장 찬사받은 커피가 줄리스에 왔다”고 전했다.

 

줄리스는 두바이의 산업지구 내 커피 애호가들이 모이는 지역에 문을 열었으며, 오는 주말부터 약 400잔의 커피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의 커피는 ‘니도 7FC 파나마(Nido 7FC Panama)’로, 재스민 향과 오렌지, 베르가못, 살구, 복숭아 등의 과일 향이 조화를 이루며 꿀처럼 섬세한 단맛을 낸다고 삭소즈는 설명했다.

 

줄리스 카페는 이 원두를 확보하기 위해 파나마에서 열린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20kg을 2,200,000디르함(약 8억 원, 6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이는 커피 원두 역사상 최고가 거래로 기록됐다. 해당 원두는 파나마 바루 화산 인근 농장에서 재배된 ‘니도 7 게이샤(Nido 7 Geisha)’ 품종으로 알려졌다. 카페 측은 아시아와 중동의 커피 수집가들이 구매를 요청했지만, 일부만 두바이 왕실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바이는 이미 지난달 ‘로스터스(Roasters)’ 카페가 2,500디르함(약 90만 원)짜리 커피를 선보이며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줄리스의 제품이 이를 단숨에 경신했다. 한 주민은 “가격이 놀랍지만 두바이에서는 그리 이상하지 않다”며 “부유층에게는 단지 또 하나의 자랑거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커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볶은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18.9% 급등했으며, 100% 원두커피의 평균 소매가는 파운드(약 450g)당 9.14달러(약 1만 2,700원)로, 2019년 말의 두 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주요 산지의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관세 인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주장했지만, 그 여파로 세계 커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콜롬비아와 니카라과 등 주요 라틴아메리카 커피 수입국에 대한 관세를 강화하는 한편, 베트남산 커피에는 관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산 커피에 대해서는 상·하원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이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커피 산업 자문가 크리스토퍼 페런은 “이미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오른 상황에서 10% 관세는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폭탄과 같다”며 “로스터들이 가격 인상을 미루며 시장 안정화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누적된 원가 상승과 관세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의 대미 수출이 8월 50% 관세 부과 이후 80% 이상 급감했다”며 “본격적인 출하 시즌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는 현재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인상과 대외 원조 중단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주미 대사를 소환하며 반발했고, 이는 양국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 커피 수출의 약 40%가 미국으로 향하는 콜롬비아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니카라과는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니카라과산 제품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제안했다. 커피는 니카라과 농업 GDP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관세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커피 농가가 정치의 인질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커피 관세 철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피 가격을 낮추고 싶다”며 베트남산 커피에 부과된 20%의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은 로부스타 중심의 대량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어, 관세 인하 시 인스턴트커피와 대량 블렌드 제품의 가격 인하가 기대된다.

 

미국 내에서는 커피 가격이 식품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후 충격과 관세가 결합돼 커피, 바나나, 쇠고기 등 주요 품목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새로운 재배지의 생산이 본격화되기까지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 공급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 상원은 최근 브라질 커피에 대한 추가 관세안을 부결시켰다. 의원들은 “세계 최대 공급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스스로 시장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산업 관계자들은 이번 가격 급등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로스터는 원가 부담을 피하기 위해 로부스타 비율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소비자 취향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은 역사적으로 커피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가격이 오를 때마다 의회 조사와 국제 협상이 반복돼 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로 미국과 브라질의 관세 갈등, 콜롬비아·니카라과 제재의 수위, 그리고 베트남산 커피의 점유율 회복 속도를 꼽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커피의 가격과 소비 패턴, 나아가 산업 구조까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와 기후가 맞물리며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세계 경제의 풍향계로 떠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 비싸진 커피 한 잔이 국제 무역의 불안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